좀비 사태 이후
631부대가 집단을 유지하면서 인간성을 놓고 미쳐갈 동안 한희태가 소속된 부대는 서서히 괴멸되었다. 한희태는 집단 유지에 힘썼지만 선과 악 중에서 선을 선택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었다. 일부 부대원들은 탈출 시도를 하기 위해 떠나고, 내부에서 싸움이 일어나 누군가 죽고, 허술해지는 경비로 인해 좀비들의 위협이 계속되자 결국 진지에는 한희태만 남게 된다. 마지막으로 전달받았던 군부대의 위치를 떠올린 한희태는 물자를 최대한 챙겨 밖으로 나가게 되고, 이는 생존자를 찾아 합류하는 게 혼자 버티는 것보다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자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렇게 차로 약 30분 이동해야 하는 거리를 며칠 동안 방황하던 중 움직이는 3소대 차량을 발견하고 차가 달려가는 방향을 따라 이동 후 631부대에 도착하게 된다.
첫 만남
한희태가 631부대에 도착했을 때, 민정 일행이 무기를 챙겨 부대를 탈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라 내부가 어수선한 상태였다. 군복차림 때문인지 숨바꼭질 게임장으로 곧장 끌려가지는 않았지만 황 중사를 중심으로 꽤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불리한 성별과 외부인 입장인 한희태가 신분을 입증할 방법은 여태 수거해왔던 다른 부대원들의 인식표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 따져 물어오는 황 중사와 이에 지지 않고 받아치는 한희태로 인해 점차 갈등은 고조 되는데... 두 사람이 신경전을 이어가던 중 김 이병에게 소식을 전해 들은 서 대위가 현장에 나타난다. 서 대위는 말없이 인식표를 손에 들고 있는 한희태를 바라보더니 이런 일로 왜 호들갑을 떠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살벌한 분위기를 깼다. 이렇게 힘이 넘치는 걸 보니 여러분 배급량이 충분한가 봅니다, 불만들이 많아서 늘릴까 했는데... 라며 서 대위가 읊조리듯 작게 말하더니 곧 자리를 뜨며 손짓한다. 그냥 들여요, 많이 먹게 생긴 것도 아니고. 이 말을 끝으로 서 대위는 김 이병과 함께 방으로 돌아간다. 서 대위가 떠나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황 중사가 짜증을 내며 한희태에게 경고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631부대의 실세는 황 중사였지만 서 대위를 지휘관 자리에 앉혀둔 상태라, 다수의 부대원이 목격한 상황에 대놓고 황 중사가 반발한다면 이는 본격적인 하극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고작 한희태 한 사람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서 조용히 넘어간 황 중사였지만 한희태는 서 대위를 631부대의 실세로 착각하게 된다.
관계 형성
한희태가 631부대에서 지낸 지 나흘 정도 지났을 때 황 중사 무리와 마찰이 생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한희태를 자기 마음대로 처리해도 큰 문제 없겠다고 생각한 황 중사가 소수의 부대원과 함께 한희태를 게임장에 던지거나 죽어라 패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래도 부러 소란 피워 좋을 건 없으니 총기나 무기를 들고 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한희태를 얕보고 있다는 뜻도 포함되었다. 그렇게 부대원 몇 명이 누워있는 한희태에게 다가가지만 곧바로 제압당한다. 나머지 인원들이 덤벼들자 한희태는 군용 검을 꺼내 들고 바닥에 뒹구는 부대원 한 명의 뒷덜미를 잡아 올린 채 목에 겨누며 황 중사를 바라본다. 제가 문제 될 행동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담담하게 말하는 한희태와 황 중사의 신경전이 또 시작되려고 하자, 한희태의 뒤에서 기습하려는 듯 부대원 한 명이 천천히 다가온다. 이때, 살벌한 분위기를 또 깨고 나타난 서 대위가 바로 한희태에게 다가가면서 부대원의 한희태 기습은 실패한다. 아무래도 두 사람 잘 안 맞나봐, 안 맞아, 안 맞아… 그쵸? 칼을 든 한희태의 손을 내리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선 한희태를 데리고 나가는 서 대위, 사실 이건 다 서 대위의 계획이었다. 한희태가 631부대에 처음 온 날 서 대위는 김 이병에게 전해 듣기만 했을 뿐 한희태가 황 중사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다. 이게 확실하다면 한희태는 충분히 이용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서 대위는 이를 확인하고자 김 이병을 시켜서 몇몇 부대원들을 통해 황 중사에게 바람을 넣어 한희태와 또다시 마찰이 생기도록 만든 것. 이 사실을 모르는 한희태는 줄을 탔다고 생각했지만 부대의 실상을 깨닫는 건 금방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문제 될 부분은 없었다. 한희태 성격상 황 중사가 실세인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도 상종하지 않았을 테고, 자신을 고립시킨 사람끼리 상부상조 하게 된 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대원 실종 사건
한바탕 난리를 쳤으니 어딜 가도 못마땅한 시선이 따라오자 한희태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서 대위의 방에서 보내게 된다. 한희태는 서 대위에게 미약하더라도 허울뿐인 지휘관의 보호만들 요구했지만 서 대위는 한희태라는 사람을 갈망했다. 인간성을 유지한 보기 드문 사람은 미쳐버린 사람의 말을 모두 들어주었고 이게 연민이거나 동정이어도 상관없었다. 서 대위에게 필요했던 건 사람과 본인의 비정상적인 상태에 대한 반증이었으니까. 점차 두 사람은 하나의 단어로는 설명하지 못할 관계로 얽혀들게 되는데, 그 시작에는 한희태의 살인이 있었다. 한희태가 인질로 잡았었던 그 부대원이 보복하기 위해 한희태를 혼자 불러냈고, 아니나 다를까 뻔하게 추행을 시도하는 듯하더니 죽일 생각으로 칼을 꺼내 위협해 온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몸싸움을 하다가 결국 한희태가 부대원을 칼로 찔러 죽이게 되는데, 한희태의 뒤를 밟아 온 서 대위는 처음부터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에 개입하지 않은 이유는 한희태에게 자신의 필요성과 위치를 인식시키기 위함이었고 부대원이 죽은 뒤에 한희태에게 다가온다. 서 대위는 범행도구였던 한희태의 군용 검을 시체에 박아 넣은 채 밖에 던져 유기했고 부대원을 실종 처리했다. 이에 황 중사가 유력한 용의자인 한희태를 찾아와 따지며 그때 들이밀었던 군용 검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지만 서 대위의 등장으로 상황을 넘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점차 분란은 마무리된다. 그렇게 서 대위는 한희태의 구원자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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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트럭과 함께 3소대가 복귀하고, 한희태는 식량 개수를 확인하던 김 이병과 식당에 함께 있었다. 황 중사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김 이병을 보내고 멀리서 지켜보던 한희태는 숨바꼭질 게임장으로 끌려가는 구철민이 신경 쓰여 뒤따라가게 되고 혼자 남은 김 이병이 트럭 안의 달러를 보게 된다. 김 이병이 서 대위에게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김 이병과 서 대위가 위성전화를 발견할 때 한희태는 숨바꼭질 게임장에서 황 중사와 대립 중이었다.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 같던 한희태는 황 중사의 한마디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럼 니가 들어갈래? 한희태는 결국 묵인했고 구철민은 컨테이너에 들어갔다. 한희태가 처음 자각한 순간이었다. 애초부터 느낀 연민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었다는 걸 알면서,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대신 죽으러 갈 사람은 없을 거라며 스스로 위안하고 있다는 현실이 괴로웠다. 게임이 시작되기 직전 도망치듯 나온 한희태는 다시 식당 쪽으로 향한다. 식당에 도착하자 식량을 카트에 가득 담고 있는 김 이병을 보게 되고, 이게 다 뭐냐는 한희태의 질문에 김 이병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하더니 서 대위님께서 시키셨다는 말만 남긴 채 급히 카트를 끌고 자리를 피했다. 김 이병을 쫓아간 한희태는 다시 숨바꼭질 게임장으로 돌아오게 되고 서 대위의 연설 내용을 듣게 된다. 황 중사와 동시에 이상함을 느낀 한희태, 황 중사는 서 대위의 방으로 향하고 한희태는 트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트럭 안에는 식량이 아니라 달러로 채워진 가방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된 한희태는 곧장 서 대위의 방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서 대위의 방에서 나오는 황 중사를 마주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말 한마디 없이 걸어가는 황 중사를 뒤로하고 한희태는 서 대위의 방으로 들어간다. 방 안에 있던 김 이병도 마저 서 대위가 밖으로 보내고, 한희태도 달러를 가지고 인천항으로 가면 반도를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알게된다. 이걸 왜 이제서야 말해주는 건지 한희태 입장에서 한 번은 따져 물을 법하지만 이 사안에 사사로운 감정은 무의미하다는 걸 두 사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희태가 우려한 건 이게 다 거짓일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게 다신 없을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최악을 먼저 떠올리고 이에 대비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은 한희태는 선택해야했다. 서 대위와 같이 인천항으로 갈지, 여기에 있을지. 한희태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자 서 대위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트럭에 가 있겠다며 먼저 방을 나갔다. 한희태에게 선택지는 두 개였지만 답은 하나였다. 여기에 남아봤자 혼자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나가든 쫓겨나든 결국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필요한 물건과 총기를 챙긴 다음 마지막으로 한희태가 방을 나왔다.
그러나 한정석이 구철민을 구출하면서 나온 좀비들과 마주친 한희태는 바로 트럭으로 가지 못했고 한정석과 민정은 트럭을 타고 631부대를 나간다. 트럭이 서 대위가 있는 곳을 지나가고 곧바로 도착한 한희태, 어디론가 걸어가는 서 대위를 연신 부르는 김 이병에게 다가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기 위해 입을 떼려는 순간 김 이병은 서 대위가 쏜 총에 맞아 쓰러진다.
그때 왜 저는 안 쏘셨어요.
중위님은 다리가 멀쩡했으니까.
인천항
서 대위와 한희태는 631부대에 남아있던 차를 타고 인천항으로 향한다. 인천항으로 뒤따라온 서 대위의 차가 준이의 차를 들이받고, 서 대위가 준이를 인질로 잡아 협박하며 대치 상황이 발생한다. 김 노인과 함께 차 뒤에 숨어있던 유진이 RC카를 움직이면서 서 대위는 준이를 놓치게 되고 김 노인을 총으로 쏜다. 김 노인이 총에 맞자 바닥에 있던 소총을 집어 드는 민정, 이를 본 한희태가 총을 쏴서 민정의 다리를 맞춘다. 한정석에게 총격을 당하지만 서 대위와 한희태는 트럭을 타고 무사히 배에 오른다. 홍콩 행동 대장이 트럭을 향해 다가오자 처음부터 불신을 품고 있었던 한희태는 서 대위의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권총을 잡고 있었다. 홍콩 행동 대장이 뒷주머니로 손을 옮기자 한희태는 서 대위의 등을 눌러 핸들 쪽으로 숙이게 한 뒤 총을 겨눴고 홍콩 행동 대장도 거의 동시에 총을 들지만 서 대위가 핸들 쪽으로 밀려나면서 경적을 크게 울리게 된다. 긴 경적을 듣고 좀비들이 열린 해치를 통해 몰려들어오면서 서로 총을 겨누고 있던 두 사람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좀비들을 상대하기 바쁜 조직원들 사이로 서 대위와 한희태는 배 안으로 들어가 트럭이 있는 선적 공간 문을 잠갔다.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조직원들까지 포함하면 상당수의 조직원이 선적 공간에서 전멸했다. 잠시 후 들리는 헬기 소리에 좀비들이 배 밖으로 다 나가자 서 대위와 한희태는 문을 열고 나와서 널브러진 시체들을 지나 해치를 닫고 다시 선적 공간을 봉쇄했다. 이후 두 사람은 남은 조직원들을 처리하며 선교로 올라가고, 전문 인력들을 협박하여 홍콩으로 배를 출발시킨다.
홍콩
배가 항구에 도착하고 해치가 열린다. 미리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직원들은 시체와 핏자국이 가득한 내부를 보고 놀라지만 중앙에 세워져 있는 트럭을 향해 천천히 배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때 미리 달러 다발 몇 개를 챙겨 들고 구석에 숨어있던 서 대위와 한희태가 트럭 적재함에 라이터를 던져 불을 붙이는 걸 시작으로 선적 공간 전체에 불을 지른다. 달러는 아까웠지만 욕심부리기 시작하면 망하는 건 한순간이고, 무엇보다 선적 공간에 있는 시체들이 언제 좀비가 되어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처리해야 했다. 조직원들이 당황한 틈을 타 가까스로 배를 빠져나온 두 사람은 그렇게 도시 속으로 사라진다.
삼합회를 적으로 두고, 반도인은 바이러스 취급을 받는 현실 속에서 결국 공생은 두 사람의 숙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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